"잘 지내니?"
막상 마주치면, 이런 말도 못 건넬 것 같은데.
이제는 다 잊었겠거니 싶으면, 또 다시 꿈에 나와서는 내 온전했던 마음에 큰 돌덩어리를 올려두고 떠나가 버린 것 같달까.
"너도 나를 떠올리곤 하니?"
묻고 싶지만, 이런 말조차 꺼낼 수 있는 자격이 못 되는 것 같아서.
돌이켜보면, 그냥 다 내 잘못이었겠거니 싶기도 하고.
또 다시 생각해 보면, 그렇다고 너도 잘한 건 없고.
마냥 미웠어.
괜스레 신경 쓰이게 만들고, 사람 마음만 들쑤시고. '나'라는 사람한테는 관심이라곤 주는 것 같지도 않고.
많은 걸 바랐다면,
그럴 수도 있지. 나만의 선을 진하게 그어 놓아도, 자꾸 그 선을 넘어버리고만 싶게 만드는 사람이었으니까.
처음에는,
미안해.
나한테 잘못이 있는지, 그게 너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었다는 건 미처 생각하지 못했어. 그럴 거라고는 신경조차 쓰지 않았어.
근데, 묻고 싶다.
"그게 너에게 상처가 되긴 했니?"
너에게 '조금이라도 상처가 되었으면'하는 마음도 있었던 것 같아. 나만 아픈 것 같았거든. 나만 시린 것 같았거든.
만약, 정말이지, 미세한 베인 상처라도 너에게 입혀졌다면.
진심을 다 해 전할게.
미안했다고. 그럴 줄은 몰랐다고. 나는 그럴 의도가 없었다고.
차라리 그랬다면 좋겠다. 나 정말 행복할 것 같은데, 이런 내가 이상한 걸까?
만약, 너의 그 털 끝 하나에도, 아무런 떨림을 주지 못했다면,
"'나'라는 사람은 고작 너에게 그 정도의 '것' 밖에는 안 됐구나." 생각할게. 밉다. 속상하네.
나 자신을 위해 조금 이기적이여보자면,
내가 겪어왔던 아픔에 비해, 내가 건네준 그 조그마한 고통이 과연 아프긴 했을까?
그렇게 생각하면,
나 조금은 안심해도 되겠다.
지금에서야 물어보지만,
"그때 내가 먼저 손을 건넸으면 잡아줬을 거야?"
너라면,
"그랬을 거야."
이건 내가 확신해. 넌 그런 아이였으니깐.
그래서 그때 그 순간이 돌이키면 돌이킬수록 더 후회가 되고, 안타깝기만 한가 봐.
또 돌고 돌아서,
미안하다.
그리고
밉다.
서로가 서로에게 조금만 다가갔더라면,
아니다.
내가 너에게 더욱더 신경을 썼더라면,
지금의 우리는 달라졌을까?
하지만,
지금의 나에게 되묻곤 해.
"돌아가면, 그렇게 하고 싶어?"
내 대답은,
"아니."
우리의 사이는 언제부터인가 모르게 균열이 가기 시작했고,
너는 느꼈을지 모르겠지만, 어느 순간부터 내 눈에 실금이 보이곤 했어.
근데, 한 번만 다시 물어줘봐.
그러면 나의 대답은,
"응. 지금의 나라면, 그때처럼 너를 그렇게 잃지는 않았을 거야."
이게 나의 진심인 걸까?
진심이라고 생각하고 싶은 나의 진심은,
그 후의 다양한, 우리의 다른 이야기를 써 내려가 봐도,
결국 우리의 끝은, 결말은, 놓여있었어.
하지만 다른게 있다면,
좋은 결말과 나쁜 결말이었겠지? 좋은 결말이기만 했어도, 이렇게는 안 했을 텐데.
그때 너의 시간 속으로 나는 돌아가지 못하겠지만,
지금도, 앞으로도.
한 번씩 나를 헤집어놓고 싶다면,
종종 나와줘. 기다리고 있을게.
너도 내가 그런 존재기만이라도 했으면 좋겠다.
너에게만은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지금 당장이라도, 문뜩 너의 추억에 스쳐 지나갈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우리의 마지막이 아닌, 그전의 우리로 나를 너에게서 남겨줬으면 좋겠어.
그 찰나의 결말. 하나 때문에,
그동안의 행복한 추억을 쌓아왔던 우리를 지우려고 애쓰지 않았으면 해.
나는 나의 시간이 그런 기억들을 지워놓을 때면,
힘겹게 연필 자국을 따라 더는 지워지지 않게 진하게 따라 적고는 해.
제발 행복하고, 떳떳하게 살아줘.
혹시나, 혹여나, 언젠가는 있을지도 모르는 그날을 위해서.
나도 너에게만큼은 고개를 치켜세울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고, 노력할게.
"너의 진심은 무엇이었니?"
이런 질문.
이제는 외쳐볼 수도 없고, 내 입속에서 메아리치기만 하네.
궁금하다.
너의 진심.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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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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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내가 바랐고, 바라고, 바라왔던 진심이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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